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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끝나지 않은 항로》 (7)
주체108(2019)년 출판

  그이께서는 또다시 눈가로 손수건을 가져가시였다.
  가슴속에 넘쳐나는 슬픔을 누르시며 수첩의 장을 번지시였다.
  다음장을 번지신 그이의 시선은 좀체로 떨어질줄 몰랐다.
  연필화였다. 목화송이같은 구름들이 둥둥 떠있는 넓은 하늘을 그린 그림이였다. 그 그림은… 바로 자신께서 강규성의 수첩에 그려주신것이였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순간 끝없이 솟아오르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시였다. 강규성의 수첩에서 뜯어낸 땅을 그린 그림이 생각나시였다.
  강규성이 그린 그 땅이 너무도 생생히 안겨드시였다.
  자신의 집무탁서랍에 넣어둔 그 그림!
  몇달전 민용항공총국장의 방을 찾으셨을 때의 일이 눈물속에 어려오시였다.
  《규성동무, 뭘하고있소?》
  그이께서 방에 들어서시며 이렇게 물으셨을 때 벌떡 일어난 강규성은 주저함이 없이 솔직한 마음 그대로 말씀드렸다.
  《경애하는 원수님, 그림을 그리고있었습니다.》
  《그림에 취미가 있는 모양이구만. 그래 뭘 그리댔소?》
  《땅을 그리댔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더욱더 호기심이 동하시는듯 천진스러워보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시며 다시 물으시였다.
  《땅을 그리다니?… 비행사야 하늘을 그려야 하지 않소?》
  강규성은 주저주저하다가 벌씬 웃으며 대답을 올렸다.
  《저… 전 땅이 좋습니다. 이 강규성이 하늘에 있을 때면 늘 땅에 계시는 원수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시였다.
  자신과 늘 함께 있고싶어하는 강규성의 그 심정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듯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강규성이 그린 그림을 이윽토록 내려다보시다가 손수 연필을 잡으시였다.
  《난 하늘이 좋더구만. 동무가 나는 하늘이 말이요. 우리 그림을 그려서 나누어가지자구. 동문 내가 그린 하늘을 가지구 난 동무가 그린 땅을 가지구…》
  《경애하는 원수님!》
  강규성은 감격으로 슴벅이는 눈으로 그이를 우러렀다.
  《규성동무, 난 동무에게 하늘을 맡기오. 하늘을 나는 인민을 맡기오, 하늘에서 웃는 인민을 말이요.》…
  그이께서는 괴로우시여 더는 수첩을 보실수가 없으신듯 끝내 림광호의 손에 수첩을 넘겨주시였다.
  깊은 사연이 깃든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림광호의 눈앞엔 언제인가 국내정기항로정상운영을 위한 마지막시험운행을 앞두고 자기 방에서 벌어졌던 일이 어제런듯 떠올랐다. 그때도 강규성은 저 그림을 들여다보고있었지.
  …림광호의 방에는 자욱한 연기가 감돌고있었다.
  평소에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강규성이 련속 석대째나 갈아대며 피워올리는 담배연기였다.
  《정말 안된다는거요? 이런 벽창호라구야…》
  《가장 안전한 비행, 이건 민용항공의 어길수 없는 원칙이요.》
  몸이 부한 편인 림광호는 틀진 몸을 외로 틀고앉아 고집스러워보이는 눈길을 내려깐채 꿋꿋이 대답했다.
  씩― 하고 황소숨을 내뿜는 강규성의 단김소리.
  방안은 무거운 침묵으로 얼어붙은듯 했다.
  《국내정기항로를 정상운영하라는것은 경애하는 원수님의 뜻이요. 그이께서 국내비행장들의 정기항로보장을 위해 얼마나 마음을 쓰시였으면 지방비행장들의 리용에 편리한 새형의 려객기들까지 친히 선정하여 보내주시였겠는가. 그런데 위험하다고 항로개설을 뒤로 미루겠는가?》
  《그러니 또 모험을 하자는거요?》
  림광호의 숱진 눈섭이 꿈틀했다.